Q: 오늘은 출생 등록된 권리와 관련한 판례에 대해서 소개해 주신다구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
사실 너무나 당연해서 뭐가 문제였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대법원이 지난 6월 9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의 출생 등록 권리를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기존에는 미혼부가 홀로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하려면 아이 엄마의 이름이나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다는 점을 관할 법원으로부터 엄격하게 확인 받았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하급심의 판단을 아동의 사회적 신분을 박탈하고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하며 법률 적용의 폭을 넓혔습니다.
Q: 사실관계가 조금 궁금해지는 판결이네요, 잠시 설명해 주시죠.
A씨의 자녀는 지난 2018 년 충북 청주시 소재 병원에서 태어났습니다. A씨는 곧바로 출생신고를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가 2009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 갱신이 불허된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출생등록이 거부되었습니다.
혼외 자녀에 대한 출생 등록을 할 때 엄마가 하는 경우와 아빠가 하는 경우는 절차가 다릅니다. 엄마의 경우 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모자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아빠는 인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인지는 혼외 출생 자녀를 생부 또는 생모가 자기의 자녀로 인정하는 신고를 말합니다. 이때 아이가 다른 사람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아이 엄마의 혼인관계증명서도 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생모가 아이를 낳고 연락이 끊기면 아빠가 혼자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모가 출생 신고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씨 사례는 생모가 외국인이라는 신분상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없는 경우였습니다. A씨는 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받으려 했지만 1·2심서 거부당하자 결국 대법에 재항고했습니다.
Q: 속칭 사랑이법시행으로 출생신고가 좀 더 간명해 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결국 대법원까지 사건이 갈 정도로 실제 적용은 어려운 가보네요.
네 A씨 역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2항, 일명 사랑이법을 통해 출생신고를 하고자 가정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했습니다.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 미혼부도 혼자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습니다. 일명 사랑이 법(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 입니다. 미혼부 김지환(43)씨가 딸 사랑이의 출생 신고를 하게 해달라며 1인 시위를 이어와 통과된 법안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엄마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는 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생모의 인적사항 중 일부라도 안다면 생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기를 두고 잠적해도 아빠 혼자 출생 신고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엄마의 소재를 알아도 엄마가 출생 신고에 협조하지 않으면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해석을 좀 더 전향적으로 한 것인데요, 문언 그대로 엄마의 이름·주민등록번호·등록기준지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엄마가 소재 불명인 경우, 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 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이 사건처럼 엄마가 외국인이어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이유로 출생 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어머니는 중국 당국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인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했다며 이같은 경우도 어머니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취지로 도입된 사랑이 법이 아동의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지 못한 허점을 메운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사랑이법은 어머니의 성명과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어머니가 외국인이지만 성명과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Q: 대법원이 최초로 출생 등록될 권리를 인정했다던데요.
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출생 당시 아버지나 어머니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해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는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Q: 서류상으로는 없는 아이 가 앞으로는 사라질까요
이날 대법원 판결로 앞으로 미혼부가 출생 등록을 위해 가정 법원의 확인을 받는 절차가 보다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사회적 신분 취득은 출생 신고가 시작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문에 명시했습니다.
김미애 의원이 지난 18일 위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부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이법의 사각지대 에서 출생등록을 못한 아이는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필수예방접종, 건강보험혜택, 아동수당 등 국가의 각종 지원과 보호 밖에 놓여있었는데요,
김미애 의원 개정안은 아이 어머니의 성명,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 소재가 불명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외국인 등 아이 엄마가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미혼부가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는 대법원 판결의 논리는 입법에 반영을 한 것입니다.
김미애 의원은 조속한 법률개정을 통해 아이들이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인격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아동의 권리를 가로막는 제도와 법률을 고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Q: 오늘 말씀 마무리 해 주시죠.
법의 사각지대에서 출생등록을 못한 아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입법 이외에는 방법을 찾기 어려운 사례로 여겨졌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었고, 아동의 권리를 큰 폭으로 넓힌 판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입법에도 해당 판결이 반영이 되어 사라진 아이들이 더 이상 없도록 법의 보호를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사회와 국가가 잘 돌보는 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